여행, 가고싶은 곳

가고싶은 곳

나무달마 2012. 11. 25. 15:42

 

    오토바이 행렬과 끝내주는 쌀국수, 논라 쓴 여인들까지, 생애 첫 번째 베트남 여행은 상상하던 그곳, 딱 그대로였다. 유럽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달랏과 전형적인 베트남의 대도시 호치민, 두 나라를 다녀온 듯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두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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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시아에서 느끼는 유럽 정취, 달랏

    베트남 여행의 장점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저렴한 물가, 안정적인 치안, 우리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을 꼽는다. 한 여행 정보 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 전 세계에서 여행 경비가 가장 적게 드는 도시로 베트남 하노이가 선정되었다. 2명이 1박2일로 여행한다면 호텔 숙박비와 저녁 식사, 택시 요금 등을 합친 평균 경비가 한화로 약 16만2천4백원 수준. 공산주의 국가로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된 편으로 테러나 총기 사고 등의 위험이 없어 오토바이 '퍽치기'만 조심한다면 여행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또 쌀국수를 비롯해 식재료와 조리법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아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도 드물다.

    베트남전 당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기도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혼인 이주 여성 가운데 베트남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친숙한 나라이기도 하다. 반면 달랏(Da Lat)의 첫인상은 생경했다. '동양의 파리'라는 별칭을 가진 이 소도시는 20세기 초 프랑스가 지배할 당시 휴양지로 개발되었다. 그림 같은 프랑스풍의 건물, 시내 중심에 있는 인공호 '쑤언흐엉' 호수, 그리고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에펠탑을 형상화한 철탑까지 알프스 어디쯤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아열대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화창한 봄 날씨는 또 어떻고. 해발 1500m의 고원지대에 자리한 달랏은 연평균 기온이 18℃ 내외로 한국의 늦봄이나 초가을 날씨가 1년 내내 지속된다. 동남아시아 하면 자동반사적으로 따가운 햇살과 바다, 야자수를 떠올리는 우리처럼 베트남인들에게도 이국적인 달랏의 기후는 꽤나 매력적인가 보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곳을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는다니 말이다. 거창한 구경을 기대했다면 달랏 여정이 살짝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을 감상하고 호수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낭만을 즐길 줄 알고, 맛있는 음식에 감사할 수 있다면 달랏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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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_다딴라 폭포 내려가는 길.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를 타고 폭포 발원지부터 하류까지 따라갈 수 있다.

    3_바오다이 황제의 여름 별장 내부 모습.

    ◆ Da Lat Tour Point

    ◇ 아나 만다라 빌라스 달랏 리조트 & 스파(Ana Mandara Villas Da lat Resort & Spa)_ 17채의 빌라로 구성된 작고 화려한 리조트는 프랑스인이 살던 1백 년 된 빌라를 개조한 것. 독립된 빌라 한 채마다 정원이 있고 1층엔 미팅룸, 패치카와 욕조가 딸린 3~4개의 객실로 구성된다. 흑백 무성영화에 나오는 여배우처럼 흰 천이 드리워진 하얀 욕조에 몸을 담근 후 단정히 가운을 입고 거울을 보니 시간을 돌려 1백 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 리조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스파의 서비스도 훌륭한데, 이곳에 머물게 된다면 마사지를 받는 것도 잊지 말자. 문의_84-63-3555-888

    ◇ 바오다이 황제의 여름 별장(The Bao Dai Summer Palace)_ 현지 관광객들이 유난히 붐비던, 베트남 마지막 황제 바오다이의 여름 별장. 1933년에 지어진 건물로 총 25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왕족이 머물렀던 처소인 2층에는 모든 장식이 황색으로 되어 있는데,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복장을 갖춰 입고 한때 황제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했다. 별장을 둘러싼 정원은 산책하기에 좋다.

    ◇ 달랏 기차역(Da Lat Old Railway Station)_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달랏역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프랑스 식민 시절에 기차는 달랏과 하노이를 연결하는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베트남에 거주하던 프랑스 사람들은 기차를 이용해 달랏까지 왔다. 또 기차는 신선한 채소와 커피를 하노이로 실어 날랐다. 달랏역의 증기기관차는 현재 운행을 멈췄지만 차이맛(Trai Mat)이라는 곳까지 약 7km를 2량으로 운행하고 있다.

    ◇ 다딴라 폭포(Datanla Waterfall)_ 달랏 주변에는 다딴라, 프렌 폭포 등 규모는 작지만 이름난 폭포가 있다. 특히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엘리베이터를 타고 폭포의 물줄기를 따라갈 수 있는 다딴라 폭포는 흥미로웠다. 모노레일을 타거나 걸어서 제1폭포에 도달한 후 케이블카를 타고 다음 폭포로 내려갈 수 있다. 그다음은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이렇게 제5폭포까지 이어져 있다. 자가운전이 가능한 모노레일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하다.

    ◇ 중앙시장(Da Lat Market)_ 달랏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시장은 제법 큰 편. 여느 시골 장터처럼 없는 게 없다. 다른 지역의 시장과 다른 점은 열대과일뿐만 아니라 고랭지 농산물인 꽃과 감, 딸기, 풍성한 채소를 맛볼 수 있다는 것. 밤에 방문하면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이곳의 특산품인 아티초크차, 딸기잼, 와인, 커피 등이다.

    ◆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천지인 달랏 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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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호치민

    공항을 나서자마자 피부에 엄습하는 습한 기운, 그리고 휘황찬란한 야경. 오후 10시가 넘으면 웬만한 곳은 소등되는 달랏과는 확실히 다른 곳이다. 그다음 놀랐던 것은 오토바이 부대. 대도시라 그런지 달랏과는 스케일부터 다르다. 과거 사이공이라고 불린 호치민은 인구수는 서울과 비슷하지만 면적은 서울의 3배에 해당하는 대도시다. 또 베트남의 경제를 주도하는 곳으로 상업도시이자 가장 큰 항구도시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여행 포인트는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모여 있다. 바쁜 시민들 속에 활기가 넘치는 호치민은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역사적·문화적인 명소가 많다기보다는 아열대 속 현대적인 도시의 매력이 넘친다. 호치민의 현재를 보고 싶다면 동코이 거리를 거닐며 갤러리와 디자이너 숍을 구경하고, 과거가 궁금하다면 동코이 거리를 약간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벤탄 마켓을 찾으면 된다. 거리에 신식 모델 택시와 인력거가 늘어선 모습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함께 흘러가는 듯하고, 명품 숍이 즐비한 거리에 어린아이와 함께 길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모자 거지의 모습에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었다.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기회의 땅'으로 불리고 있는 현재의 베트남이 보고 싶다면, 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베트남 서민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호치민을 여행하면 된다.

    1_유럽풍의 마제스틱 호텔의 외관.

    2_베트남의 대표적인 교통수단 오토바이.

    3_벤탄 시장에서 판매하는 수공예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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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 Chi Minh Tour Point

    ◇ 마제스틱 호텔(Majestic Hotel)_ 사이공 강변을 마주하고 있는 유서 깊은 호텔. 1925년 오픈해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대의 막사였고, 베트남전쟁 동안에는 외국 통신원과 첩보원의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번화가에 자리해 오페라하우스, 노트르담 대성당, 벤탄 시장 등을 모두 걸어갈 수 있는 점이 매력적. 또 호텔에서 바라보는 사이공 강의 야경이 굉장한데, 8층 '바 세레나데'의 발코니에서 바라보면 황홀하다는 단어가 딱 적합하다. 호텔 내의 풀장과 피트니스 센터, 스파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사이공 강 공원으로 가볍게 산책을 가는 것도 좋다. 문의_84-8-3829-5517

    ◇ 구찌터널(Cu Chi Turnel)_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지하 4층 구조의 터널로 단면도를 보면 개미집이 연상될 정도로 정교하다. 당시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반대하던 베트남인들이 게릴라 활동을 위해 만든 것이 시초가 되었으며 이후 베트남전쟁이 발발하자 상대적으로 모든 것이 열세인 베트남군이 미군과의 효과적인 전투를 위해 이 터널을 이용했다. 전체 길이는 250km에 이르고 깊이는 지하 3~8m로, 몇몇 구간에 한해서는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터널 체험을 마친 후 맛본 돼지감자와 따뜻한 차는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 벤탄시장(Ben Thanh Market)_ 호치민 최대의 시장으로 한 사람이 지나갈 만큼 좁은 통로 사이로 상점 4천여 개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내부는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의 상가를 연상케 한다. 일상용품과 가방, 신발, 나전 세공의 젓가락 세트, 그릇 세트 등 수공예품이 대부분이며 품질이 좋은 커피도 구입할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상점마다 가격이 다르니 일일이 가격을 비교한 후 구입한다. 특산품은 면세점보다 저렴한 편. 저녁이면 벤탄 시장 주변에 포장마차 거리가 형성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로컬 푸드를 맛볼 수 있다.

    ◇ 동코이(Dong Khoi St.)_ 일명 '럭셔리 스트리트'라고 불리며 고급 호텔과 백화점, 쇼핑몰 등이 밀집해 있어 쇼핑하기에 좋다. 대표적인 숍으로는 팍슨 백화점, 다이아몬드 플라자, 쉐라톤 호텔 등이 있다. 또 동코이 주위로 노트르담 대성당, 시민극장, 호치민 중앙우체국 등이 있어 도보로 둘러보기에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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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_구찌터널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고무나무.

    2_구찌터널의 크기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터널 직원.

    ◆ 찾아가는 길

    인천공항에서 달랏을 가려면 하노이 국제공항으로 가서 달랏으로 가는 국내선으로 환승하면 된다. 1시간40분 정도가 소요되나 날씨 변화로 연착되는 경우가 흔해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달랏에서 호치민까지 비행시간은 50분이며, 베트남항공에서 1일 3회 왕복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