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된 듯 누리는 하룻밤 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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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궁은 한옥의 정취는 그대로 간직하면서 현대적인 호텔의 서비스를 접목해 쾌적한 휴식 시간을 선사한다. 누마루에서 산과 물과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즐기고 궁궐 같은 회랑과 호수를 산책하며 창밖으로 하루의 빛이 변하는 것을 감상하다 보면 도시의 속도에 지친 마음이 어느덧 차분해지고 풍요로워진다. 그 옛날 임금이 부럽지 않은 하룻밤의 호사다. |
3 라궁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본 평면도. 뒤쪽의 산과 함께 ㅁ자형을 구성한다.
한옥 호텔 라궁이 지난 5월 11일 경주에 문을 열었다. 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선망하게 되는 것이 바로 한옥. 그러나 내 집으로 갖기에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이에 논산 윤증선생고택, 경북 송소고택, 전주한옥마을 등 숙박이 가능한 한옥들이 짧게나마 한옥의 정취를 체험해볼 수 있는 대안이었다.
일반인에게 개방한 이 같은 한옥이 이미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옥 호텔 ‘라궁’의 출현이 유달리 반가운 이유는, 라궁이 전통 한옥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장 현대적인 기능을 담고 있는 공간 중 하나인 호텔로 탄생했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를 체험하는 곳이 아니라 현재에 맞게 과거를 재해석, 새롭게 진화한 공간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라궁羅宮은 ‘신라의 궁궐’이라는 의미. 경주 보문단지에 대대적으로 문을 연 역사 테마파크인 ‘신라밀레니엄파크’의 한 부분으로 지어졌다. 총 5만여 평 부지에 세워진 신라밀레니엄파크 중 호텔 라궁의 대지면적은 약 5천 평, 호텔 건물이 들어선 땅은 5백여 평이다.
콩코드호텔을 통해 이미 호텔 사업에 일가견이 있는 삼부토건이 기획하고, 도시 한옥 잘 짓기로 유명한 구가도시건축의 조정구 소장이 설계했으며, 한옥의 현대화를 위해 꾸준한 실험을 시도하는 이연건축이 시공을 맡아 완성했다.
앞쪽 호수로 돌출된 누마루형, ㄷ자형을 기본으로 하는 마당형, 그리고 스위트룸 두 가지 유형입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보다 경제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도시 한옥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규모는 크지만 그것을 엮는 유형은 단순화했다는 것이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소장의 설명. 덕분에 라궁은 치목治木, 시공, 조립을 모듈화하여 1백 일이라는 짧은 공사 기간을 가능케 했다. 한옥의 현대적인 공간 성격은 물론 그 공법에서도 혁신을 이룬 셈이다.
중정에 기품 있는 자태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정의 바닥은 얕은 수면으로 연출했는데, 그 가운데에 잘생긴 단풍나무 한 그루가 열린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서 있다. ㅁ자형 구조인 관리동 한옥은 어느 공간에서나 창을 통해 이 중정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로써 나무는 하나의 오브제가 되어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그림을 연출한다. 여느 유럽풍 호텔의 조각 작품 못지않은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셈. 1층이 중정을 중심으로 사방을 돌아 리셉션 데스크로 연결되는 ㅁ자형 구조라면, 2층은 그 ㅁ자형 중 절반인 ㄴ자 부분으로만 구성되며 용도는 본격적인 한식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서 라궁을 찾은 이들을 위한 식사가 준비된다. 녹두전, 제주 생갈치구이, 소갈비찜 등으로 이어지는 한정식이 저녁 메뉴이며, 아침으로는 정성스럽게 끓인 죽이 제공된다. 테이블에 앉아 즐기는 식사는 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라궁의 운치 있는 전경 덕분에 그 맛이 두 배다. 라궁 관리동은 이처럼 한옥의 정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호텔을 찾은 이에게 설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삼부토건(02-3706-2114)은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 유일하게 문화재 보수 면허를 가지고 있는 업체. 문화재 보수뿐만 아니라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등 전통문화와 관련된 건물을 다수 시공해온 회사다. 라궁을 포함한 경주밀레니엄파크 전체의 기획과 사업 진행을 주도했던 삼부토건 류구현 상무가 라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를 추천한다.
노천 온천 한옥 마당에 마련된 노천 온천은 라궁이 특별히 자랑하는 공간. 이는 일반 호텔에서도, 기존 한옥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경험이다. ㅁ자형 한옥으로 둘러싸여 프라이빗하면서도 하늘이 열려 있어 이색적인 목욕 시간을 선사해준다. 여기에 공급되는 물은 삼부토건이 이전 경주 지역 사업 시 확보해놓은 지역 온천.
숙재헌 라궁과 마주 보는 언덕에 있는 두 채의 오래된 한옥. 이는 삼부토건이 과거 댐 공사 시 수몰될 위기에 처한 것을 옮겨놓은 것이다. 라궁이 현대적인 방식으로 지은 최신 한옥이라면 숙재헌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낡은 한옥. 시대를 초월해 함께 존재하는 두 한옥을 비교해보는 즐거움이 있다.
신라밀레니엄파크 라궁에 머물게 되면 신라밀레니엄파크 전체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신라시대 성골·진골 가옥 형태를 재현한 한옥, 수상과 지상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테마 공연, 성덕대왕 신종을 4.5배 크기로 재현한 형태인 에밀레타워 등 역사를 테마로 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
기자/에디터 : 손영선 / 사진 : 김덕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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