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

[스크랩] 그럴 때 그럴 때 / 김충규

나무달마 2007. 10. 10. 11:42

     

     

     

      그럴 때 그럴 때

       

       -김충규

       

       

       

      수척한 밤하늘의 살에 박혀 있는
      조금은 물컹한 별의 빛이 흐느끼듯 흔들릴 때
      바람 아닌 것이 바람처럼 그것을 스쳐 지나갈 때
      왜 먼 곳에 이르고 싶은지
      그 먼 곳에서 아득해지고 싶은지

       

      때론 머리칼을 곤두서게 하는 생의 날카로운 순간이 있어
      그 순간이 칼이 되어 가슴을 벨 때
      왜 빛이 되어 소스라치듯 사방에 나부끼고 싶은지

       

      보듬어야 할 기억과 내쳐야 할 기억
      사이에서
      허수아비같이 허허로워질 때
      마른 입술을 깨물고 싶어질 때
      내 속의 웅덩이를 흔드는 어떤 노래를 듣지 않고는
      견디기가 수월치 않을 때

       

      긴장하면 왜 아랫배가 쓰라려오는 것일까
      쓰르라미가 그 속에서 울음 가닥 울울 풀어놓는 것일까

       

      그럴 때 그럴 때
      내 손으로 내 몸을 더듬어서
      나를 확인해야 하는,

       

       

       



      Haris Alexiou, Agnostos Tytlos

     

     

     

     

     


     

    출처 : 자연이좋아 사람이좋아
    글쓴이 : 마타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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