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등산을 좋아하면서도 특별한 이유를 붙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인토넷이 생활 속에 보편화 되면서 우리생활의 많은 것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등산도 예외는 아니라서 이전의 오프라인 등산모임이 자연스럽게 인터넷 속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수 십 명으로 운영되던 산악회가 이제는 인터넷에서 수천명의 회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처음 인터넷 모임을 통해
산행에 참여했을 때는 영리산악회를 따라 갈때와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금새 빠져 들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산행하기 보다는 늘 혼자 산행을
나서던 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다소 딱딱하고 어색하던 오프라인과 달리 처음 만남부터 한 식구가
되어 버리는 만남의 매력 때문이겠죠.
그렇게 시작된 인터넷을 통한 등산 만남도 3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새로운 커뮤니티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등산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등산에 대한 손쉬운 정보교환과 수십명 단위의 활동이 수천명으로 늘어나면서 혼란스러움도 없지 않습니다.
또한 인터넷의 특성이 등산동호회 활동에도 그대로 드러나 소속감의 결여 등으로 책임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넷의
장점이 무엇보다 손쉬운 정보교환에 있지만 의외로 등산문화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리산을 찾는 이들에게서 가끔 비지정
등산로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등산문화에 대한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논의의 핵심은 비지정 등산로를 찾는게 정당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죠.
이제 인터넷을 통한 등산모임이 3년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등산문화에 대한 담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직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등산을 접하게 되었다면 인터넷에서 올바른 등산문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또한 잘못은 아니겠죠.
우리나라에서 등산이 일반적인 레저로 자리 잡은지 몇 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등산뿐 아니라 대부분의 레저가 그렇죠. 70~80년대의 레저문화라면 계곡이나 공원을 찾아 음악을 크게 틀고 춤판을 벌이거나 화투판을 벌이는게
고작이었습니다. 암울한 현실과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짧은 시간에 휴식을 취하다보니 향락문화가 주된 레저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판이 되어 버렸죠. 이후 등산이 일반화 되면서도 이전의 그러한 술을 통한 향락문화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등산에서도 많은 부분 그러한 모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사회에도 다양한 레저문화가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 등산도 무엇보다 큰 그룹을 형성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도 좀더 진지하게 등산문화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겁니다.
등산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암벽 등을 통한
전문등반을 목적으로 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고산등반을 목적으로 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걷기 산행도 오지탐험과 같은 방식에서 위험요소를 크게
제거하고 안전한 자연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트레킹까지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이유야 사람에 따라 다양하겠죠.
최근 읽은 이성부 시인의 “산길”에서는 등산이란 미지와 새로움에 대한 도전정신으로 자기와의 끊임없는 싸움이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고통을 즐기기
위함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말을 빌리자면 등산(등반)은 쓸모없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온몸으로 삶의 의미를 느끼며 황무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보고 있는 느낌으로 산에서 자신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등산에도 물론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등산을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즐거움이 없다면 힘겨운 노동에 다름 아닐 겁니다. 땀 흘리며 자신을 느끼는 것이겠죠. 여기서
등산문화에 대한 차이가 발생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땀 흘리는 고행과 즐거움 중 어디에 비중을 둘 것인가 하는 문제 말입니다.
저는
여행이라면 학창시절의 수학여행이 전부일 겁니다. 그러다보니 여행에서의 느낌을 왜곡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을
읽으면서 산행과 느낌이 많이 다름을 생각합니다. 물론 제 삶이 산이 아닌 바다와 친숙하다면 산 보다는 바다를 많이 찾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는
만큼 느낀다고…
등산도 크게 여행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행은 아름다운 자연을 찾거나 혹은 그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처럼 위험과 도전의 요소를 배제하고 안전한 체험을 통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방인이란 표현이 여행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등산은 본인이 직접 땀흘리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자연을 체험하는 것으로 유유자적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성부님의 표현처럼 멀리서 관찰자로서 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서 온몸으로 겪는 것입니다.
현재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등산(로)에 대한 정책이 많은 산꾼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포장도로를 깔거나
등산로마다 편의시설로 계단을 남발하는 것 말입니다. 등산이 마치 70~80년대 퇴폐향락문화의 연장처럼 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산에 맞는 등산로를 생각하기 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등산로 개발로 산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이를 감내하지
못하는 산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등산도 목적이 있는만큼 다양한 산행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위험요소를 배제하여 트레킹 산행을
고집한다면 이는 이전의 퇴폐향락문화의 사고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산행에서 위험이 따른다면 그건 철저하게 산행하는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암벽산행은 목숨을 잃을 만한 위험을 늘 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암벽산행을 금지할 수 있습니까?
책임회피를 위한
무조건적인 안전보다는 올바른 산행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금이라도 노력해야 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산행을 위한 위험요소 등을 안정적으로 알려나가고
자연친화적인 산행문화를 선도하는게 우선되어야 겠죠. 온몸으로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준비가 있어야 하고 직접 땀흘리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속에서 발생하는 위험까지 즐길 수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국에서도 설악산처럼 트레킹 산행이
필요한 곳이 있는가 하면 지리산처럼 도전과 탐험을 통한 산행이 가능한 곳이 있습니다. 이처럼 산행이 구분될 수 있는데 지리산을 트레킹 코스로
만들어 놓으니 지리한 산이 지리산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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